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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런던 여행 11 - 노팅힐, 피쉬앤칩스
    My Favorite/런던 여행 2023. 9. 18.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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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 여행의 마지막날이다. 여행의 마지막날에는 새삼 모든 것이 또 새롭게 보인다.
     

     
    특별한 것은 없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 조식이면 나로선 충분했다. 다만 커피는 정말 먹기가 힘들었다.
     

     
    아침 일찍 호텔을 떠나 여정을 시작한다. 체크아웃은 미리 해두었다. 프론트데스크의 직원이 호텔이 어땟냐길래, 좋다고 해줬다. 사실 나쁘지 않았다. 괜찮은 편이었다. 물가 비싼 런던에서 이 가격에 이 정도 호텔을 구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10 to 10은 아니었지만, 그녀의 환하게 웃는 얼굴에 그만 그렇다고 했다.
     

     
    아침에 타는 2층 버스는 언제나 기분이 좋다. 만약 그게 출근길이라 할지라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처칠 수상의 사진이 걸려있고, 구글맵에서도 리뷰가 엄청 많은 걸 보니, 제법 유명한 가게 인 것 같다.
     
    여행 계획을 잡을때, 노팅힐을 갈지말지 고민을 조금 했다. 생각보다 볼 게 없다는 사람도 있었고, 그래도 한번 다녀올만 하다는 사람도 있었다. 숙소에서 가깝기도 하고, 그래도 기왕 여기까지 온거, 쭉 둘러보기로 했다.
     

     
    지하철에서 내려, 구글맵을 보면서 갔는데도, 중간 살짝 헷갈리는 길도 있었다. 오전이라 그런지 거리가 한산하다. 정말 그냥 아기자기한 주택가의 느낌이다.
     

     
    낡은 느낌의 담벼락과 보도블럭이 멋스럽다. 사람들도 그리 치장을 하지 않는다. 
     

     
    이 곳은 건물을 다시 페인트칠 한 곳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관광지로써 사진 찍기 좋은 배경이 된다.
     

     
    여행객이 몰리는 곳에 위치한 주택은 여행객 입장에서는 좋은 구경거리이지만, 주민들은 좀 힘들 것 같다. 
     

     
    어디서부터 노팅힐 거리인지는 모르겠지만, 기념품점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한다. 초입은 당연히 비쌀테니, 좀 더 들어가서, 제법 합리적인 가격에 마그넷 몇개를 샀다. 
     
    여행하러 와서 최대한 싸게 사려하지 않는다. 원래 성격도 그렇다. 너무 바가지 쓰는 것만 피하고, 왠만하면 작은 돈은 안아끼려고 한다. 어디는 얼마고, 어디가면 좀 더 싸고.. 그런 정보 얻고 몸으로 움직이느니, 차라리 작은 시간이라도 좀 더 확보해두는 게 좋다.
     

     
    레스토랑, 카페, 꽃집, 옷가게 등 상점이 다채로운 편이다.
     
    메인 거리에서 한 블록 떨어져 있는 영화 노팅힐에서 휴그랜트가 살았던 집을 찾아가봤다. 생각보다 초라하다고 하는데, 정말 그렇긴 했다. 영화 촬영지가 대부분 그렇긴 하다.  
     

     
    사실 정말로 가보고 싶었던 곳은 휴그랜트의 서점이다. 오전이라 그런지 사람이 없어서, 구석구석 열심히 구경했다.
     
    영화에서보다 좀 더 작은 느낌이다. 외국의 책들은 그냥 표지만 쭉 봐도 재미있다. 안쪽에는 당연히 노팅힐 관련 기념품도 팔고 있었다. 전면에 대놓고 팔지는 않았다.
     

     
    책장도 오래된 느낌이 가득해서 좋았다. 그냥 구경만 했을 뿐이었지만, 좀 더 오랫동안 이 공간에 머물러 있고 싶었다. 
     

     
    노팅힐 관련 기념품 가게는 이곳 말고 근처에 따로 위치해 있다. 구지 이곳은 들어가보지 않았다.
     

     
    거리를 구경하다가, TV에서 소개된 가게를 우연히 발견했다. 레드벨벳 케익이 유명하다는 것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얼마나 맛있을지 궁금해서 들어가 봤다.
     

     
    가게 왼편에 케익들이 예쁘게 진열되어 있다.
     

     
    일하시는 직원들도 아주 기분좋게 응대해주셨다.
     

     
    작고 소박한 가게라 더욱 맘에 든다. 잘 들어온 것 같다.
     

     
    오래 걸은 상태에서 먹는 커피와 케익의 조화는 맛이 없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도 이 곳의 케익은 아주 훌륭한 편에 속하는 것 같다. 달콤하고 입에서 녹는다. 앉는 자리가 없어, 매장 한 켠에 서서 후딱 먹었다.
     

     
    이제 다시 발길을 돌린다. 노팅힐 거리에 대한 나의 결론은, 런던여행에서 꼭 와 볼만한 곳 이라는 것이다. 사람이 좀 더 붐볐어도 좋을 것 같고, 또한 조용히 산책하기에도 좋다.  
     


    날씨는 또 쌀쌀하다. 유럽 특유의 뼈가 시려운 서늘함이 느껴진다. 
     

     
    노팅힐을 빠져나와, 버스를 타고 켄싱턴 팰리스에도 가본다. 이제 사실 새롭게 갈만한 주요 스팟은 별로 없다. 발도장 찍는 기분으로 가본다.
     

     
    여기도 좋긴 한데, 정말 날씨가 춥다. 
     

     
    켄싱턴 팰리스는 영국의 여러 왕실 가족들의 거주지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영국 중세 귀족들이 느릿느릿 걸어다닐 법한 배경이다. 오히려 날씨가 꿀꿀해서 좀 더 그런 느낌이 들기도 한다.
     

     
    켄싱턴 팰리스 앞에는 커다란 정원이 있다. 자연은 사실 아무리 봐도 봐도 질리지가 않는다.
     

     
    이 곳도 역시 작은 호수가 있고, 새들이 노닌다.
     


    동물이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으면, 되려 사람이 동물을 무서워하게 되는것 같다.

     
    큰 개와 산책을 하는 사람도 자주 볼 수 있다.
     

     
    점심때가 되니, 배도 출출해지고, 날도 조금은 따뜻해졌다.
     

     
    마지막 점심은 그래도 피쉬앤칩스로 마무리 해보려 한다. 그래도 나름 내세우는 음식인데..

    마침 입지가 아주 좋은 곳에 큰 레스토랑이 하나 있다. 
     

     
    일하시는 아주머니들이 많았다. 친절을 기대하진 않았고, 역시 그러했다.

    계획대로 햄버거와 피쉬앤칩스를 주문했다. 
     

     
    모두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그런 맛있는 음식들이었다. 생선튀김이 생각보다 잘 튀겨졌다. 뭔가 튀김으로만 식사를 하게 되어, 큰 만족감이 있진 않았지만, 오전 내내 걸어서 그런지, 앉아서 먹는다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했다.

    결국 피쉬앤칩스를 런던에서 경험하게 된 것도 뭔가를 해치워낸 느낌이었다.
     

     
    오후의 일정이 곧 런던에서의 마지막이 될 것이다. 런던에서 최고를 꼽자면, 하이드파크였다. 다시 한번 이 곳에서 자전거를 타고, 풀밭에도 누워있으려 한다.
     

     
    너무나 다행스럽게도 구름이 많이 걷혀졌다.
     

     

     
    실컷 누워있다가, 다시 자전거를 빌려탄다. 외국에서 자전거 빌려타기. 잘 해보지 못했던 액티비티인데, 이제 어딜가던지 잘 활용해야겠다. 기분이 확실히 리프레쉬 된다. 
     

     

     
    이제 어느덧, 다시 호텔로 돌아가 짐을 찾을때가 됐다. 다시 한번 머리속으로 공항까지의 동선과 교통편을 정리하고, 큰 캐리어를 끌며 거리를 걷는다.
     

     
    런던에 왔을때의 루트와 정반댓길로 간다. 얼스코트역에서 패딩턴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패딩턴에서 미리 예매해둔 히드로 익스프레스를 찾아 탑승한다. 약간의 우여곡절이 있었고, 아주 수월하지는 않았다. 예매해 둔 익스프레스 티켓이 게이트에서 작동이 안되었고, 공항가는 시간을 예상보다 타이트하게 잡아서 조금 허둥댔다. 
     
    예전에는 잔걱정이 조금 많은 편이었지만, 나도 많이 바뀐 것 같다. 경험이 조금 쌓여서 일수도 있고, 일부러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일수도 있다.

    사실 대부분은 별 일도 아니다. 결국 다 수월히 해결되었었다. 
     

     
    역시 결국 공항 출발층까지 무사하게 도착했다.
     
    장거리 비행을 대비해야 하기에 우선 신발을 슬리퍼로 갈아신는다. 기분 최고다. 발가락이 너무 시원하고 좋다.
     

     
    보통 체크인카운터에서 현지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한국인 관광객들을 보게 된다. 런던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랫만에 듣는 한국말의 억양이 조금 색다르다.
     
    짐을 부치는 순간, 이 곳을 떠난다는 느낌이 갑자기 강하게 들기 시작한다. 너무나 아쉬운 마음과 홀가분한 느낌이 동시에 든다.
     

     
    한국인은 그 특유의 느낌이 있다. 그들을 보며 마음을 다시 한번 정리해 둔다.
     

     
    여행의 경험이 쌓일수록,  떠날때의 설레임보다는 돌아갈때의 아쉬움이 오히려 가슴을 설레이게 한다.
     

     
    공항에서는 면세점을 이용하는 것도 재미있다. 이 곳에서 남은 외화들을 탈탈 터는 건 정말 나의 적성에 딱 맞는다. 최대한 남기는 것 없이 정확히 맞추면서 이것저것 구매했다.

    위스키를 한병 살까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안샀다. 물욕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프렛타망제. 아이가 런던에서 너무나 좋아했던 곳이다. 공항에도 넓게 자리잡고 있다. 이 곳에서 간단히 요기를 한다.
     


    이제 시간이 되어, 게이트로 향한다.

     
    단계별로 밟는 출국 루트의 마지막 단계까지 왔다. 4시 정도에 호텔을 떠나서, 8시 정도가 되어서야 비행기에 탑승하게 된다. 장장 4시간의 긴 미션도 이제  끝난거다.
     

     
    런던 여행을 너무나  잘 수행해 준 아이에게도 고마운 마음이 든다. 결정적인 순간에 가끔 큰 도움이 되어주었다.
     

     
    기내식을 챙겨먹고, 잠을 청한다. 
     
    난 아직도 비행기 타는 것을 재미있어 하기에, 장거리 비행이 그리 걱정되지 않았다. 갈때는 기내에서 좀 길고 지루할수 있어도, 올때는 이상하게도 시간이 빨리 간다. 심지어 잠도 깊고 퀄리티있게 잘 수 있다.
     

     
    또 이렇게 여행이 끝나가고 있다.

    나에 대해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까...
     

     
    잠에서 깨니 어느덧 도착할때가 다 되었다. 다시 한번 여행 사진을 돌려보며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난 삶의 자유가 확보되어 있긴 하다. 어렵게 얻은 이 자유의 일부분을 이런 좋은 여행으로 채울 수 있음에 감사한다.

    잉글랜드에서 축구를 구경했고, 해안의 절벽을 감상했고, 낯선 날씨와 완벽한 공원을 경험했다. 모두 나의 첫경험들이었고, 그것들이 나를 일깨워 주었다.

    다시는 런던에 못 올 가능성이 90프로 이상이겠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이 여행이 그래서 더욱더  그리워질 것 같다. 다시는 만날 수 없을테니까.



    이제 또 다른 여행을 준비해보자.
     
    끝.



     
     
    히드로공항 출국길에 뜻밖의 사진을 마주했다. 영국인들이 그 옛날의 스파이스걸스를 아직도 특별하게 생각한다는 거겠지...

    비틀즈도 아니고 조지 마이클, 앨튼 존도 아니고, 블러, 오아시스도 아니었고, 고작 스파이스걸스였다.

    근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무빙워크에서 나는 억지로 고개를 돌리면서까지 아주 오랫동안 그녀들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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