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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콕 한달살기 1 - 출국
    My Favorite/방콕 여행 (23.1월) 2023. 1. 11.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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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 6학년 아이의 영어학습과 우리 둘의 여행을 위해, 두어달 전부터 방콕여행을 계획했다.

    계획을 완벽하게 짜는 스타일은 전혀 아니긴 해도, 반드시 러프하게는 짜놓아야 한다. 대략적인 컨텐츠 정도는 생각해 두어야 현지에서 큰 어려움이 안 생긴다. 생긴다 해도, 해결방법 찾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계획은 매우 단순하다. 아이는 오전 9시~11시 사이에 어학원에서 수업을 듣고, 2시~4시 사이에는 한국에서 했었던 온라인 수업을 호텔방에서 그대로 진행한다. 그외의 시간은 아마 식사, 산책, 수영, 개인 자유시간(핸드폰 or 컴퓨터) 정도가 될 것 같다. 단순해 보여도, 중간중간 소소하고 재미있는 일거리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1/7일 아침 인천공항으로 갔다. 다행히 리무진 비용 수준으로 택시를 탈 수 있어서, 편하게 왔다.

    제법 사람이 많다. 해야하는 것들은 최대한 빠르게 해버리는 걸 선호하는 성격이라, 백드롭과 이미그레이션을 후딱 끝내고 곧장 에어사이드로 향했다.

    그냥 아이와 공항라운지에서 식사를 하고 싶었다. 마티나를 이용했는데, 동편이 임시 클로즈 상태여서, 서편으로 꾸역꾸역 걸어갔는데, 줄도 길고, 안에 사람도 많고.. 이젠 그리 좋지가 않다. 그래도 우리 아이는 나름 맛있게 먹은 것 같다.

    할 일이 전혀 없는 상태가 좋다. 뭐해야 될지 생각해보는 여유가 좋다. 할게 생각났으면 시간이 많으니 하면 되고, 없으면 그냥 쉬면서 기다리면 된다.

    드디어 때가 되어 비행기 안으로 들어 간다. 다시 약간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잘 다녀와야지.

    타이 항공을 탔다. 그냥 태국스럽고 전혀 나쁘지 않다. 국적기보다 승객에 대한 신경을 별로 안쓰는 점이 나에겐 오히려 좋은 것 같다. 금액적으로 조건이 좋은 LCC도 있었지만, 난 저 모니터가 필요하다. 컨텐츠가 별 거 없다 할지라도 하나하나 끝까지 드릴다운해서 보는 편이다

    기내식은 별로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좋다 나쁘다 얘기하는 게 큰 의미가 없지만, 선택메뉴 2개 모두 정말 맛은 없다. 그래도 그냥 주는 건 보통 다 먹는 편이다

    6시간 정도의 비행이 길게 느껴진다. 사실 아이와 같이 가는 여정이어서, 혼자 뭔가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미리 다운받아둔 넷플릭스 영화도 잘 못보겠어서, 그냥 항공사에서 제공한 음악들 골라 들었다. 비지스, 오아시스, 아바 정도를 계속 반복해서 들었다. 지겨워지면 아이와 이런 저런 농담따먹기를 하면서 6시간을 나름 잘 흘려보낸 것 같다.

    이것도 계속 타 버릇해야 되는데, 지금으로썬 워낙 허리가 아프다. 특히 도착 1시간 정도 남겨놓으면, 허리의 고통이 극에 달한다. 마치 퇴사를 앞둔 직장인이나 제대를 앞둔 군인의 심정과 비슷하게 작동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 싫으면서도 너무 좋은 1시간이 참 안간다.

    쿵하고 땅에 닿으면 또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약간 비장해지는 느낌도 든다. 이제 또 반드시 해야될 것들이 기다리고 있다. 수속과 배기지클레임, 호텔까지 이동 등 다시 한번 머리속으로 정리한다

    보통 대한항공이나 에어프랑스 같은 스카이팀 비행기들은 내 짐이 아주 약간 빠르게 나오는 것 같은데, 타이항공(스타얼라이언스)은 당연한 거겠지만, 많이 늦게 나왔다. 근데 나는 이런 것들이 정말 하나도 상관이 없다. 빨리 나오면 땡큐고, 아니어도 전혀 아무런 상관이 없다.

    계획한대로 지하철을 이용해서 호텔까지 이동한다. 차가 막히는 건 정말 싫다. 아무리 막혀도 언젠가는 도착하겠지만, 차가 막히는 상황만큼은 좀 싫다. 차라리 캐리어를 들고 계단을 오르락거리더라도, 정직한 시간에 도착하는 지하철이 좋다

    첫번째 숙소는 플런칫 역 근처로 잡았다. 지하철 방송에서는 "쁠런띗" 정도로 발음 된다.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시암(사얌), 나나, 아속 과 가까운게 유일한 선정 이유였는데, 실제로 와보니, 다행히 동네가 깨끗하고 현대적이라 첫 인상이 좋다.

    길거리에 태국 특유의 가게들이 안보인다. 아기자기하게 지저분한 매력인 가게들 대신 큰 빌딩, 호텔, 쇼핑몰 들로 둘러쌓여 있다. 그에 반해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그란데 센터 포인트 호텔에서 12박으로 보낸다. 도심의 대로변에 있는 호텔이지만, 나름 아늑하다. 분수용 물도 있다.

    난 뭐 호텔은 이 정도면 만족한다. 아이도 좋다고 해서 너무 다행이다. 예약할때 나름 엄청 공부하고 고민했는데, 그 보람이 느껴진다.

    지내보니, 몇가지 단점은 보였다. 변기 수압이 약해서 길게 눌러야 되고, 밤에 차소리가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 근데 우리는 큰 상관이 없었다.

    일단은 짐정리를 하고, 저녁식사를 위해 밖으로 나갔다.

    차가 많고 오토바이도 많다. 매우 시끄럽다. 분명 매연도 많이 나오겠지만 그냥 즐겨야 된다. 맛없는 음식도 계속 먹다보면 나름의 매력이 느껴진다.

    숙소 바로 맞은편에 육교를 타고 3분 정도 걸으면 센트럴 엠버시라는 쇼핑몰이 나온다. 오픈한 지 얼마안된 방콕 부유층 타겟의 쇼핑몰이라고 한다. 일단 외관은 사진 찍고 싶게 잘 조성했다.

    이 곳 L층? 인가 즈음에 잇타이 라는 이름의, 이탈리아의 잇탈리를 살짝 참고 한 것 같은 푸드코트에 가보았다. 사전에 알아본 바로는 조금 가격대가 높은 편이나, 그만큼 쾌적하고, 맛도 괜찮다고 한다.

    호텔 가까운 식당을 많이 가게 되는데, 이 곳이 왠지 그런 식당이 될 것 같기도 하다.

    예쁘게 잘 꾸며 놓았다. 식당과 식료품점이 잘 조성되어 있고, 사람이 별로 없는게 좀 신기했다. 가게마다 일하는 조리사들도 친절한 분도 있었지만 좀 무기력해 보이는 분도 있었다.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 방대한 편이다. 안전해 보이는 음식이 눈에 들어올 수 밖에 없다. 치킨이 들어간 볶음면과 역시나 치킨이 들어간 덮밥. 망고 스팅키 라이스. 맥주. 탄산음료. 정도의 별로 도전적이지 않은 메뉴 주문을 했다. 내가 직접 가게 앞에서 기다렸다가, 완성되면 본인이 테이블까지 직접 날라야 한다.

    방콕에서 먹은 첫 끼 치고는 위의 볶음면은 맛이 좋았다.

    워낙 유명한 이 망고 스팅키 라이스는 그냥 괜찮네? 신기한 맛이네? 근데 계속 먹게되네? 정도의 느낌이었다.

     

    크룽스리? 는 방콕 빌딩 여기저기에 많이 붙어 있다. 금융 관련 회사 같긴 한데, 나중에 찾아보니 은행이었다.

    덥지 않아서 좋다. 이상 기후로 인해 방콕도 유래없는 추운 겨울을 겪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에겐 그냥 딱 좋다. 밤에는 따뜻하면서도 시원한 날씨다. 낮에는 어떨지 궁금하다.

    다시 호텔로 돌아와서, 이제 여독을 풀 시간이다. 현재까지는 너무 순조로워서 좋다. 다음 날이 일요일이라 더욱 마음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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