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뮌헨 여행 4 - 뮌헨 도착
프라하에서의 마지막 아침으로 호텔 조식을 먹기로 했다.
유럽 호텔들의 조식은 그냥 비슷비슷하다. 그냥 편의성과 혹시? 하는 마음이다.
조식 레스토랑의 분위기는 꽤 낭만이 있다.
테이블 셋팅이 디너의 느낌을 준다.
내 나이쯤 되어보이는 여성 직원분도 차분하면서 친절했다.
커피를 받아두고, 음식을 구경해본다.
잼, 요거트, 버터, 치즈, 햄, 과일, 빵 등등이 구비되어 있다.
보기에는 너무 이쁘지만, 사실 접시에 담을만한 것들은 많지 않다.
그래도 다른 곳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가짓수가 괜찮은 편인것 같다.
특별한 것은 없지만, 절대 없는 것도 없다.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
그래도 최대한 이것저것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바로 객실로 올라가, 체크아웃을 준비한다.
그 전에 해야 할 것이 있다.
공유 전동스쿠터를 타고, 가볍게 시내를 돌아보았다.
겁이 좀 있는 편이라, 속도를 많이 내지는 못했다. 아이가 답답해 한다.
그래도 아침부터 기분전환이 확실히 된다.
오전 11시 버스로, 뮌헨까지 5시간을 가야한다.
차에서 먹을만한 것들을 근처 테스코에서 구입했다.
물건은 엄청 많은데, 오히려 너무 많아서 못고르겠다.
대충 빵이나 과자 같은 것들을 담았다.
호텔 앞에서 그랩을 타고,
프라하 플로렌스라는 대형 버스터미널로 향한다.
가는 날 마저 날씨가 좋으니, 좀 아쉬운 마음도 든다.
좀 타이트한 일정 탓이긴 하지만, 생각보다 프라하 구경을 많이 못한 것 같다.
플랫폼을 확인하고, 기사 아저씨에게 패스포트까지 확인받고, 탑승했다.
플릭스는 전 유럽의 도시들을 연결해주는 고속버스 회사라고 보면 된다.
요금은 거리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프라하 -> 뮌헨, 이 5시간 짜리 구간의 평일 오전 요금은
인당 30유로 수준으로 기억한다.
돈을 좀 더 내면, 원하는 좌석을 secure 할 수 있다.
이 제도 때문에, 자리를 한번 이동해야 할 수 밖에 없었다.
좌석 지정이 그리 비싸지 않으니, 왠만하면 좌석을 예약하는 게 신경도 덜 쓰이고 좋을 것 같다.
버스 안에 작은 화장실도 있긴 하지만,
휴게소에도 잠깐 정차해준다.
그냥 별 것 없는 휴게소인데도, 내가 이 공간에 있다는 것 자체가 좀 설렌다.
이 곳에서 남은 프라하 화폐(코루나)를 탈탈 써버린다.
이런 것도 너무 좋다.
계속 간다. 확실히 5시간은 길긴 하다.
처음 터미널을 빠져나와, IC로 진입하기 전까지 프라하 시내가 너무 막혀서 그런지,
실제 운행은 거의 6시간 정도가 걸렸다.
가는 중간에 맑은날의 폭우도 잠깐 구경하고,
과자도 먹고, 물도 마시고..
비슷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독일 농촌 경치도 보면서 가니, 별로 지루하지는 않았다.
결국 도착했다.
뮌헨 중앙역에 내려 짐까지 무사하게 인계 받았다.
이 곳에서 호텔까지 10분 안에 걸어서 갈 수 있다.
뮌헨에서도 일정이 길지 않기 때문에, 숙소의 위치가 중요했다.
프라하에서는 체코가 처음이라는 느낌이 그리 많이 안들긴 했는데,
뮌헨에서는 정말 내가 독일에 왔구나. 라는 감정이 크게 든다.
사람들의 모습과 거리, 지나가는 자동차와 수많은 자전거의 모습들이
너무나 생소하게 다가왔다.
레지던스 인 바이 메리어트.
그냥 중앙역 근처에 있고, 새로 생겼고, 가격도 좋은 편이며, 메리어트 브랜드라 그냥 바로 예약했던 곳이다.
중앙역 근처에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 호텔의 주변은 조금 낙후된 느낌이 들긴 했다.
그래도 전혀 문제 될 것 없었다.
프라하 호텔과는 달리, 아주 모던했다.
레지던스이다 보니, 주방도 잘 되어 있고, 테라스도 있었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객실 주변을 살짝 돌아본다.
체크인 할때, 맞이해준 약 40대 후반 가량의 여성분이 호텔 정문 앞에서
흡연을 하고 계신다.
너무 앞서간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독일은 노동자의 인권이 무엇보다 중요한 건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실 상상도 못하는 일이지 않은가..
나쁘게 보는 건 전혀 아니지만,
체크인 할때도, 영어를 아주 잘하는 느낌이 아니었고, 일처리도 조금은 미숙했다.
원래 잡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었다.
객실에 조리도구가 완비되어 있으니,
마트에서 독일의 소고기를 사서 구워먹어보기로 했다.
다행이 숙소 근처에 큰 마트가 있었다.
클로즈 시간이 7시이다. 역시 빨리 문을 닫는다.
대략 20여분 정도의 시간이 있어, 잽싸게 추천해주는 고기를 넉넉히 구입했다.
뭘 사야될지 몰라, 추천을 요청드렸고, 너무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감사했다.
고기 가격도 확실히 싼 편이다.
이 곳 고기가 싼 게 아니라, 우리나라 고기 너무 비싼 거겠지만
객실 냉장고에 고기를 넣어두고,
아쉬운 마음에 구시가지 쪽으로 걸어가보기로 한다.
뮌헨은 마리엔 광장이라는 곳이 올드 타운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이 곳에 위치한 가장 웅장하고 큰 성이 시청사로 쓰이고 있고,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모던한 현대식 상업건물들도 많다.
뮌헨 축구 용품은, 내일 알리안츠 구장에 가서 구매할 예정이다.
독일은 독일같다. 막연하게 생각했었던 그 이미지 그대로 인 것 같다.
아마 뮌헨에서 가장 유명한 건물일 것 같다.
이름은 잘 모르겠는데, 크고 존재감이 확실하다.
버스를 하도 오래타서 그런지,
호텔까지 다시 돌아갈 엄두가 나질 않아, 우버를 불렀다.
객실로 돌아와서,
마트에서 산 고기와, 체코에서 가져온 와인을 함께 즐긴다.
인덕션에서 열악하게 구웠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맛있게 먹었다.
식사로 고기만 먹어도 상관없을 정도로
고기를 좋아한다.
죽기 전에 가장 먹고 싶은 한가지를 말하라고 한다면,
미듐-레어로 익힌 소고기와 와인. 을 부탁할 것 같다.
역시 이 곳도 밤이 늦다. 테라스에서 잠시 머리를 비우며 바깥을 바라본다.
밤이 되니, 날씨가 시원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한국은 이 날부터 정말 너무나 무더웠다고 한다.
내일도 좋은 날씨를 기대하며
알딸딸한 상태로 잠에 든다.